AI는 정말 ‘일’을 했을까요?
타운홀에서 범섭님은 조금 흥미로운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셨어요. 바로 ‘우리는 정말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죠. 물리학에서 ‘일’은 힘을 가해 물체를 이동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큰 힘으로 벽을 밀어도 벽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물리학적으로는 일을 한 것이 아닌 거죠.
우리가 회사에서 하는 일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많은 시간을 들여 회의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더라도 그 전과 후에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면, 활동의 양만으로 가치를 만들어냈다고 보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AI도 마찬가지입니다. 며칠이 걸리던 작업을 몇 시간 만에 끝내고, 이전에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일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비스앤빌런즈에서도 이런 변화는 이미 일상이 됐고요.
하지만 개인의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것과 조직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생산성은 투입한 자원 대비 얼마나 큰 가치를 만들어냈는지를 의미합니다. 기업에서는 고객이 실제로 지불한 대가인 매출도 이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가 될 수 있죠.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늘어나고 있지만, 개인의 업무 효율 향상이 조직 전체의 성과로 이어지는 데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자비스앤빌런즈의 지난 경험을 돌아보면 이 차이가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2020년 삼쩜삼을 출시하면서 자비스앤빌런즈는 비즈니스의 질적인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고객의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서비스를 선보였고, 그 과정에서 조직이 만들어내는 가치의 규모도 크게 달라졌죠.
반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금은 어떨까요? 개인이 만들어내는 결과물과 업무 속도는 눈에 띄게 향상됐지만, 삼쩜삼 출시 당시처럼 비즈니스의 구조를 바꾸는 수준의 변화까지 만들어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이 지점에서 범섭님은 과거 공장에 전기가 도입됐던 사례를 들려주셨어요. 처음 전기가 등장했을 때 공장들은 기존 증기기관을 전기모터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바꿨다고 해서 생산성이 곧바로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은 아니었죠. 진짜 변화는 전기를 중심으로 공장의 구조와 생산 방식을 새롭게 설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전제로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은 다릅니다.
지금 우리의 AI 활용도 비슷한 단계에 있을지 모릅니다. AI 덕분에 기존의 일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아직 AI가 가져올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으니까요.
자비스앤빌런즈가 고민하는 다음 단계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AI로 기존의 일을 더 잘하는 것을 넘어, AI가 있기에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이를 위해서는 AI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뿐 아니라,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AI 시대,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AI가 발전하면서 이전에는 전문가에게 물어보거나 오랜 시간을 들여 찾아야 했던 정보도 이제는 쉽게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누구나 AI를 통해 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 단순히 정보를 알려주거나 해결 방법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지고 있죠. 그렇다면 고객에게 세금을 환급받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과, 실제로 환급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같은 가치를 제공하는 일일까요?
‘답을 제공하는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주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삼쩜삼은 고객이 복잡한 세금 신고 절차를 모두 이해하고 직접 처리하지 않아도, 놓쳤던 환급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왔습니다. 단순히 방법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과정까지 연결해온 것이죠.
AI 시대에도 고객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일 것입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그동안 쌓아온 고객의 신뢰와 전문성, 운영 경험에 AI를 더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AI를 통해 고객에게 어떤 결과를 전달할 수 있는가.

AI를 잘 활용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임팩트를 고민할 때
지난 7월 AI Week를 통해 빌런즈들은 다양한 AI 도구를 활용하고,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시간이 AI 활용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그 체력을 어디에 사용할지 고민할 차례입니다.
축구에서 아무리 드리블을 잘하더라도 골을 넣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드리블은 경기를 풀어가는 중요한 기술이지만, 결국 승리하려면 골을 만들어내야 하죠. AI 활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업무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의미 있는 발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고객 가치와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AI로 더 빠르게 일할 수 있게 됐다면, 그만큼 어떤 가치를 더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물론 지금까지의 작은 시도들도 중요합니다. 다양한 실험과 경험이 쌓였기에 더 큰 문제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니까요.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합니다
AI를 활용해 더 큰 성과를 만들어내려면, 기술의 활용뿐 아니라 우리가 함께 일하는 방식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타운홀에서는 빌런즈들이 실제 업무에서 경험한 어려움과 고민도 함께 나눴는데요. AI를 활용하면서 새롭게 마주한 문제부터, 기존의 일하는 방식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AI 도구를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 조직 전체의 성과가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AI를 활용해 기존의 업무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업무의 흐름이나 역할의 경계를 새롭게 바라볼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구성원이 모든 직무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익숙하지 않은 부분은 동료와 협력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 AI가 넓혀준 가능성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려면, 우리가 문제를 정의하고 함께 해결하는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정답을 선언하기보다,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이번 타운홀은 AI 전환을 위한 완성된 전략이나 정답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AI가 가져온 변화 속에서 우리가 어떤 고객 가치를 만들어야 할지, 그 가치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죠. 지난 AI Week가 AI와 함께 일하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출발점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가능성을 실제 결과로 이어가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AI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AI를 통해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전달하는 것.
앞으로 어떤 시도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지는 계속 확인해 나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고객의 문제를 집요하게 찾고, 동료와 함께 해결책을 찾으며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는 일도 이어질 것입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조직에서, AI로 더 큰 성과를 만들어내는 조직으로.
자비스앤빌런즈의 AI 항해는 그렇게 다음 단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 | 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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