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장애인 소득공제(이하 '장애인 공제')는 장애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소득 활동의 제약을 고려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납세자의 조세 부담을 줄여주려는 목적에서 도입된 제도다. 그런데 세법상 ‘장애인’의 요건 중 하나인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는 해석과 적용에서 혼선을 야기해왔다. 특히 판단 기준이 불분명하고, 구체적 요건 없이 선언적 표현에 그쳐 의료기관마다 발급 기준이 달라지는 문제가 지속됐다.

2025년 2월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에서는 중증환자 범위를 일부 명시하고, 판단 주체를 ‘의료기관의 장’으로 규정하는 등 제도 정비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적용 편차를 해소할 수 있는 실무 지침이나 운영 체계는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본 리포트는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 제107조를 토대로, 장애인 공제 제도의 적용 기준 불명확성과 책임 주체의 부재 문제를 검토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025년 4월 17일 국회 토론회[1]에서 제안된 현실적 제도 개선안 중 일부도 반영하였다.

2. 세법상 장애인 ‘4호’ 요건의 한계[2]

장애인은 치료비, 보조기기 구입비 등 생활 유지에 필수적인 지출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여기에 근로 기회의 제약 등으로 소득 활동 또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지출은 반복되고 소득은 제약되는 구조 속에서, 조세는 장애인에게 더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마련된 제도가 바로 장애인 공제다. 이는 장애인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기본공제 대상자[3]가 장애인이면 연간 200만 원의 추가공제를 허용한다(소득세법 제51조 제1항 제2호). 다만, 세법상 장애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장애인증명서[4]등)를 제출해야 한다.

장애인 공제 적용 대상은 소득세법 시행령 제107조에서 세 가지 범주로 구분된다. 이 중 ‘1호’와 ‘2호’는 각각 보건복지부와 국가보훈처가 판단과 증명을 담당하고 있어, 공제 적용을 위한 행정 절차와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게 마련되어 있다. 반면, 기존의 ‘4호’는 법령상 판단 기준이나 책임 주체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아 제도 운영에 혼선을 초래해 왔다[5].

<개정 전> 소득세법 시행령 제107조(장애인의 범위)
① 법 제51조제1항제2호에 따른 장애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 한다.

1.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 및 「장애아동 복지지원법」에 따른 장애아동 중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사람

2.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상이자 및 이와 유사한 사람으로서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

3. 삭제

4. 제1호 및 제2호 외에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
국세청 기본통칙[6] 51-107…2 【 항시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의 범위 】
영 제107조 제1항 제4호에 규정한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라 함은
지병에 의해 평상시 치료를 요하고 취학・취업이 곤란한 상태에 있는 자를 말한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기본통칙을 통해 나름의 해석 기준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통칙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표현 또한 추상적 수준에 머물러 실무적 판단 기준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처럼 명확한 기준이 부재한 가운데, 일부 의료기관은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 기준[7](이하 '산정특례 고시')에 따른 질환, 국세청 자료, 언론 보도 등을 참고해 장애인증명서 발급 기준을 마련해왔다. 이로 인해 같은 상황에 처한 납세자임에도 병원에 따라 발급 여부가 달라지는 사례가 반복되었다.

장애인증명서 발급의 책임 역시 모호하다. 장애인증명서에는 진료자와 발행자가 구분되어 기재돼 있지만, 이는 단지 행정 책임을 나누는 형식일 뿐이다. 실제로 발급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세법상 규정된 바가 없다. 이런 이유로 일부 의료기관은 판단 책임을 회피하거나 발급을 제한하기도 한다. 그 결과, 일부 납세자는 과도한 소명 부담을 감당해야만 했다.

종합하면, 장애인 공제 대상자 중 하나인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는 판단 기준과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제도의 형평성과 예측 가능성을 저해해 왔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025년 2월 해당 시행령이 개정되었다.

3. 장애인 공제 개정의 주요 내용과 의미 분석

이번 개정에서 기존 소득세법 시행령 제107조 제1항 제4호 관련 내용은 신설된 제3호로 옮겨졌다[8]. 그리고 질환 요건과 생활 요건, 두 가지 판단 기준을 함께 충족하는 방식으로 정비되었다. 개정 시행령은 2025년 2월 28일부터 시행되었으며, 2025년 귀속 소득에 대한 연말정산 및 종합소득세 신고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납세자는 2026년부터 해당 제도의 변화를 실제로 체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 후> 소득세법 시행령 제107조(장애인의 범위) 제1항 3호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별표 2 제3호라목1)부터 10)까지 외의 부분 전단에 따른 희귀성난치질환등 또는 이와 유사한 질병ㆍ부상으로 인해 중단 없이 주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으로서 의료기관의 장이 취업ㆍ취학 등 일상적인 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

이번 개정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질환 요건을 일부 규정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유연성을 유지했다. 둘째, 생활 요건과 판단 주체를 법령에 명시했다. 이러한 변화는 형평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를 완화하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① 질환 요건 구체화

질환 요건에 명시된 ‘희귀성난치질환 등’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별표 2 제3호라목1)부터 10)까지 외의 부분 전단을 따른다. 여기서 참조하는 문구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희귀난치성질환 또는 중증질환을 가진 사람"이며, 이는 산정특례 고시 제9조에서 구체화된다. 이 조항에 따라, 해당 문구가 지칭하는 질환자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 중증질환자 산정특례 대상(단, 암환자 및 중증화상환자만에 한함)
  • 희귀질환자&중증난치질환자 산정특례 대상(단, 정신질환자와 치매상병자는 제외)
  • 결핵질환자, 잠복결핵감염자 산정특례 대상

산정특례 기준은 공식적인 규정이 없던 시기부터 실무 현장에서 널리 활용돼 왔다. 일부 의료기관은 의료비 세액공제에서 정의된 ‘중증질환자’ 범위[9]를 참고해 장애인증명서를 발급해 왔고, 국세청 역시 산정특례 대상자를 중심으로 발급을 요청하는 공문을 내려보낸 바 있다. 이번 개정은 이러한 실무 관행을 공식화한 조치로, 제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질환 요건에는 “또는 이와 유사한 질병·부상”이라는 표현도 포함되었다. 이는 산정특례를 받은 희귀난치성질환자 또는 중증질환자가 아니더라도, 의료기관의 판단에 따라서는 장애인 공제 적용이 가능한 질환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② 생활 요건 및 판단 주체 명시

“취학·취업이 곤란한 상태”라는 표현이 이번 개정을 통해 처음으로 법령에 명문화되었다. 이는 기존에 기본통칙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조되던 실무 기준이 법령으로 격상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다.

또한, 개정 시행령은 판단 주체를 개별 의사가 아닌 의료기관의 장으로 명시했다. 1995년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판정을 받은 자[10]’라는 문구가 삭제된 이후에도, 의료기관은 관행적으로 장애인증명서 발급 책임을 떠맡아 왔다. 이번 개정은 사실상 비어 있던 법적 근거를 30년 만에 복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비로소 납세자는 장애인증명서를 법령에 근거해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게 되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제도적 기준에 따라 발급 판단을 공식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한과 정당성을 갖추게 되었다. 즉, 이번 개정은 납세자에게 권리를, 의료기관에는 역할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4. 개정 시행령의 한계와 개선 방향

2025년 개정 시행령은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의 판단 기준을 일부 구체화하고 발급 주체를 명시하여 제도를 형식적으로나마 일정 부분 정비하였다. 그러나 장애인 공제에 내재된 근본적인 한계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개정 조문 내에 여전히 해석 여지를 남긴 표현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실무 현장에서의 적용 편차를 해소할 보완 장치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 제도 운영에 여전히 불확실성과 책임 공백이 남아있다는 소리다.

① 질환 범위 기준의 불완전성과 행정 연계의 부재

질환 요건은 제도 운영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을 초래한 요소 중 하나다.

앞서 살펴본 대로, 개정 시행령 ‘3호’에서 규정한 ‘희귀성난치질환등’은 주치의가 중증도와 치료 지속성을 판단해 신청서를 발급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바탕으로 산정특례자로 등록하는 절차를 통해 적용된다. 즉, 의료기관의 임상적 판단을 거쳐 질환의 중증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납세자는 장애인증명서를 발급받으려면 의료기관장의 별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11] 등 납세자의 추가 부담이 여전히 존재한다.

한편, 개정 조문에 포함된 “또는 이와 유사한 질병·부상”이라는 문구는 산정특례 이외의 질환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료기관의 자율적 판단에 따르는 방식을 사실상 유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조세의 형평성과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소인 만큼, 제도 운영 과정에서 축적되는 사례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령상 공제 유형을 집계∙분석하는 기반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세청은 근로소득지급명세서 상의 장애인 공제자 수만을 집계하고 있어 제도 개선을 위한 실증적 기초자료 확보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희귀성난치질환등’과 ‘이와 유사한 질병·부상’을 별도로 관리할 수 있도록 조항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제안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표 1 ] 소득세법 시행령 제107조 제1항 제3호의 현행 조문과 개정 제안 비교

이처럼 조항을 분리할 경우, 공적 절차에 따르는 산정특례 등록자에게는 의료기관장의 ‘인정’ 없이도 장애인증명서를 자동 발급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증명서에는 발행자 날인란 하단 여백에 “건강보험 산정특례 대상자”라는 문구를 부기하고, 장애 기간 항목에는 산정특례 적용 기간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자동 처리할 수 있다. 이는 과거 국세청이 의료계에 발송한 공문에서 요청한 실무 기준으로, 제도화하는 데도 실질적인 제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말정산 시기에는 장애인증명서 발급 요청이 일선 의료기관에 집중된다. 따라서 장애인증명서를 대체할 수 있는 공적 서류가 마련된다면, 현장의 부담은 크게 완화될 수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산정특례 등록 내역을 온라인으로 조회할 수 있는 기능은 제공하고 있다[12]. 그러나 해당 사실은 제3자에게 제출할 수 있는 공식 증명원으로는 활용할 수 없다. 따라서 산정특례 등록 여부를 공식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산정특례 등록 확인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해당 서류를 연말정산 간소화자료에 연계하는 방안은 제도 운영의 실효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높이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병원 내 키오스크를 조작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증명서를 내려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 납세자의 디지털 접근성 격차를 완화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2022년 귀속분부터 보건복지부와 국가보훈처가 보유한 장애인 증빙 자료가 간소화자료와 연계된 이후[13], 장애인공제 신청자 수 증가율이 두 자리대로 급증한 점은 이러한 자동 연계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아울러 국세청이 간소화자료를 기반으로 미신청자에게 안내하거나 신청을 유도하는 체계를 병행한다면, 자동화의 행정적ㆍ경제적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방식은 회사에 정보가 자동으로 제공되는 구조가 아니므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는 없다. 납세자가 공제를 원하지 않거나 해당 항목이 공제 대상이 아닌 경우, 간소화자료에서 해당 자료를 직접 삭제하거나 종합소득세 신고 시 별도로 제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 이미지 1 ] 장애인 소득공제 신청자수 증가율[14]

다만, 소득세법 시행령 제216조의3[15]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해당 조항은 제107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만을 간소화자료 수집 항목으로 명시하고 있어, 제3호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장애아동 관련 서류는 법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으나 간소화자료에 포함되지 않고 있어, 이 또한 함께 개선할 필요가 있다.

반면, 별도의 4호로 분리할 ‘이와 유사한 질병·부상’은 성격이 다르다. 의료기관장의 판단에 따라 적용 여부가 결정되므로 실무 편차가 크고 판단 기준이 유연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이 영역은 우선적으로 그 실태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행정 기반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단순한 통계를 넘어 정책 평가와 제도 보완의 출발점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러한 기반 정비의 필요성은 ‘비과세 식대’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도액 상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누가 얼마나 비과세 식대를 적용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가 부족해 세수 추계와 정책 판단이 부정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16]. 이후 2022년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17] 근로소득지급명세서에 식대 비과세 내역의 기재 의무가 신설되었고, 도입 후 무려 27년이 지나서야 2023년 기준 전체 근로소득자의 46.5%인 970만 명이 해당 혜택을 받고 있다는 수치가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이 사례는 실태 통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의 효과를 예측하거나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애인 공제 역시 유사한 한계를 지닌다. 연간 수혜 인원이 약 200만 명[18]에 이를 정도로 많은 납세자가 활용하고 있으나, 이 중 누가 어떤 사유로 공제를 적용받는지는 파악조차 어렵다. 지금이라도 세법상 장애인의 유형을 지급명세서에서 구분해 기재하도록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장애인 공제 유형을 구분해서 파악할 수 있다면, 그 분석 결과는 보다 현실적인 제도 개선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산정특례 질환자의 비중이 높다면, 자동 발급과 간소화자료 연계에만 집중해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와 유사한 질병·부상’에 해당하는 사례의 비중이 크다면, 해당 사례에 대해 보다 정교한 해석 기준과 판단 절차를 마련하는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다.

② ‘3호의’ 운영 체계 부재와 의료기관에 전가된 부담

장애인 공제 대상 중 1호와 2호는 보건복지부와 국가보훈처를 중심으로 각 법령에 따라 이미 등급 판정과 등록 절차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반면, 3호는 증명서 발급의 판단 주체만 존재할 뿐, 이를 실행하고 조율할 별도의 행정 체계나 운영 주체는 마련돼 있지 않다.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 표 2 ] 장애인 공제 증명서 발급 절차와 관련 기관[19]

이러한 행정 공백은 최근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관 간 혼선은 제도 개정 이전에도 지속되어 왔다. 과거 국세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납세자 요청에 따른 행정 혼선을 이유로 의료기관에 장애인증명서 발급과 관련한 실무 협조를 각각 요청한 바 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해석 공백은 결국 의료기관의 몫이 되었다. 그러나 의료기관은 의학적 진단을 수행하는 기관일 뿐, 해당 질환이 세법상 공제 요건에 부합하는지는 본래 국가가 책임져야 할 조세 행정의 영역이다. 이는 명백히 제도 운영을 책임지고 조율할 주체의 공백이며, 그로 인한 불이익은 조세 행정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각 기관의 역할을 구분하고 협조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 이미지 2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한병원협회장 등에 보낸 공문 일부(왼쪽)
[ 이미지 3 ] 국세청이 대한의사협회에 보낸 공문 일부(오른쪽)

기획재정부는 산정특례 질환 등 간접 기준을 인용한 입법 주체로서 해당 조항의 해석 기준과 적용 지침을 정비해야 한다. 국세청은 실무 적용 기관으로서, 의료기관과 납세자용 매뉴얼 및 사례 기반 Q&A 자료를 마련하고, 공식 질의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직접 해석 주체는 아니나, 시행령 제3호가 산정특례 고시를 참조하는 만큼 의료 현장에서의 일관된 적용을 위해 참고 기준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장애인증명서 발급의 명확성을 높이고, 조세행정의 형평성과 예측 가능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5. 마무리

2025년 시행령 개정은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 항목의 적용 기준을 일정 부분 보완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산정특례 등록 질환 일부 반영되었고, 판단 주체가 ‘의료기관의 장’으로 명시되었다는 점에서 제도의 형식적 틀은 이전보다 정비되었다.

그러나 제도 운영의 실질적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산정특례 등록이라는 공적 절차를 이미 거친 질환자조차, 세법상 공제 요건 충족 여부를 다시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또한, 복수의 행정기관이 각기 다른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이를 조율하거나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는 협력 체계는 여전히 부재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려면 제도를 이원화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산정특례 등록자는 장애인증명서를 자동으로 발급하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산정특례 등록 확인서를 발급해 홈택스 간소화자료에 연계하는 방식으로 정비할 수 있다. 반면, ‘이와 유사한 질병 또는 부상’은 별도의 판단 체계를 갖춘 4호로 분리하고, 국세청이 공제 유형별 통계를 수집·분석하고 기준 정비 방향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제안이 실질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각 행정기관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은 법령 정비와 제도 연계를 조율하고, 세무 행정과 의료 행정 간 협력 체계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이번 개정은 제도의 형식적 틀을 일정 부분 정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기준과 운영 체계가 부재한 상태에서 판단 책임만 의료기관에 부과하는 방식은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납세자의 권리 보장과 공정한 과세 실현을 위해, 관계 행정기관이 이번 개정을 출발점으로 삼아 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 방안을 마련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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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소득세법 상 희귀난치성∙중증질환자를 위한 공제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2025-04), 삼쩜삼 Blog

  2. 세법상 장애인 공제 톺아보기(2023-04), 삼쩜삼 Blog, 이수경

  3. 본인 이외의 직계존속(증조부모, 조부모, 부모 등), 형제∙자매, 직계비속(자녀, 손자, 증손 등), 위탁 아동 등의 부양가족으로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자를 포함한다.

  4. 장애인 공제를 받는 사람은 소득세법 시행규칙 별지 제38호 서식인 ‘장애인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일반 진단서와 달리 세법상 요건이 명시된 별도 서식으로, 납세자의 요청에 따라 의료기관이 발급해 준다. 한편, 등록장애인이나 상이자는 등록증 사본이나 해당 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5. [`24 국감] 소득세법 상 ‘중증환자’ 기준 ‘의사마다 병원마다’ 차이…국세청 “기재부와 협의중”(2024-10), 세정일보, 한효정 기자

  6. 국세청 기본통칙은 세법의 해석 및 적용 기준을 정리한 행정 해석 지침으로, 법령 문언만으로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거나 실무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법 적용의 통일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 발행되며,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실무에서는 중요한 기준으로 기능한다. 또한, 법원이 세법을 해석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7.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 제도는 요양급여를 받는 자 중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의료비가 높은 특정 중증질환 및 희귀·중증난치질환자의 본인부담률을 입원·외래 진료 모두 기존 20~60% 수준에서 0~10% 수준으로 경감해주는 제도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4조, 동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 및 별표 2에 근거하며, 구체적인 대상 질환과 적용 방식은 보건복지부 고시인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에 관한 기준』에 따라 운영된다. 이 기준에서 본인부담률 산정특례 대상 질환의 범위, 적용 기간, 등록 절차 등을 상세히 규정한다.

  8. 제3호 조문은 대통령령 제17456호(2002년 1월 1일 시행)로 삭제된 이후 장기간 공백 상태로 유지되어 왔다. 그러다 이번 개정에서 기존 제4호에 포함되어 있던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 항목이 이 조문에 새롭게 규정되었다.

  9. 소득세법상 의료비 세액공제에서 “중증질환자 등”의 범위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115조의5 제4항에 따라,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별표 2 제3호 가목3), 나목2), 마목에 따른 요양급여 대상자를 기준으로 한다.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61조의4는 이를 보다 구체화하여,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 기준』에 따라 등록 또는 재등록된 중증질환자, 희귀난치성질환자, 결핵질환자를 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들 질환군의 적용 범위는 같은 고시의 제4조부터 제5조의2까지에 각각 규정되어 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장애인증명서 발급 시 이 기준을 참고해 왔다. 다만, 현재 ‘희귀성난치질환등’에 해당하는 질환군과는 그 범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10. 1975년 장애인 공제가 처음 도입이 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병원 또는 의원의 의사의 판정을 받은 자’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다 2년 만에 해당 문구로 변경되었다.

  11.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장애인증명서 발급 비용은 1,000원이다.

  12.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또는 ‘The건강보험 모바일앱’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질환구분, 산정특례 등록번호, 특정기호, 상병명, 적용시작일, 적용종료일을 조회할 수 있다.

  13. 올해 연말정산부터 달라지는 간소화자료 관련 절차(2023-01), 한국세정신문, 윤형하 기자

  14. 국세통계>4-2-7. 근로소득 연말정산 인적공제 신고 현황Ⅰ(과세대상근로소득)

  15. 소득세법 시행령 제216조의3(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증명서류의 제출 및 행정지도) ①법 제165조제1항 본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란 제107조제1항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장애인에 대한 추가공제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지급액에 대한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를 말한다.

  16.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회의록, 2022.7.29. 강민국 의원 발언. “5000억 세수 감소 효과의 데이터 분석에 맹점이 있다. 모든 근로소득자에게 일괄 적용되는 혜택도 아닌데 그걸 가정(전체 근로소득자에서 면세자를 제외하고 3분의 1 정도가 식대 20만 원을 받는다)하고 쓴 데이터는 대단히 비현실적이다.”

  17. 소득세법 시행령 214조 개정을 통해 지급명세서 제출 면제 대상 비과세 소득 유형에서 제외하였다. 2022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2023-01), 기획재정부

  18. 2023년 귀속년도 연말정산에서 장애인 공제를 신청한 인원 1,397,595명과 2023년 종합소득세 정기신고에서 장애인 공제를 신청한 인원은 636,434명을 단순히 합한 수치다. 비사업자 중 과세미달자는 통계에서 제외되었으며, 근로소득만 있어 연말정산만 한 사람은 종합소득세 정기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가정했다.

  19. 2022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를 위한 복지정보(2022-05),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장애인등록/장애정보 심사제도 페이지, 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