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 채우기 프로젝트

일을 오래 잘 해내려면 제대로 쉬는 일 역시 중요합니다.
"작년 상반기에는 모두가 무리할 정도로 일에 매달렸습니다. 그래서 6월이 되어서도 ‘모두 힘내서 다시 달려봅시다’라고 할 수가 없었어요. 일단 저부터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꼈죠. 5월을 함께 보낸 모든 이가 에너지를 충분히 회복할 시간부터 먼저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에너지는 계속 고갈될 테고, 그러면 일을 더는 하고 싶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테니까요."
"격려 차원의 휴가를 며칠 더 주고 알아서 쉬라는 방법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달리는 모드’인 와중에 편히 휴가를 다녀올 수 있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이런 식으로는 구성원이 가진 에너지 평균을 상반기 이전 수준으로 돌리기가 어렵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회사 차원에서 ‘일에 대한 부담은 줄이고 충분히 쉬어 보자’는 걸 적극적으로 장려해보고자 워케이션을 마련했습니다."
무려 호주에 2주간 여행을 올 수 있었던 이유

"일을 시작하기 전인 오전에, 점심때, 일을 다 마치고 난 저녁에 바닷가를 거닐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물론 한국의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서 일했어도 비슷한 느낌은 났을 거예요. 하지만 남들 장기 휴가를 내야 겨우 올 수 있는 호주라서 좀 더 특별했어요. 책상 앞 창문이 액자라 해도 믿을 정도로 멋진 광경이 언제, 어디나 펼쳐져 있었거든요. 예쁜 경치를 보며 일하는 제 로망을 드디어 이룰 수 있었습니다.”
"케언즈에서 1주일, 시드니에서 1주일 이렇게 총 2주간 호주에서 워케이션했어요. 케언즈에서는 7:3의 비율로 일을 더 많이 했습니다. 원래 종일 업무를 계획했으나 휴식을 좀 취해야겠다 싶어서, 예정에 없던 연차도 내서 쉬었고요. 반면, 운영팀 동료인 승희님과 진아님이 합류하는 시드니에서는 3:7의 비율로 휴가를 더 많이 썼습니다. 함께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었거든요. 남은 연차가 하나도 없었더라도 만족했을 거예요. 무려 호주에 올 수 있었으니까요!"
빡센 5월을 보낸 뒤 만끽하는 여유

"4월 말부터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정말 바빴습니다. 새벽 3, 4시까지 작업하다가 아침에 겨우 눈떠서 출근하는 일상의 반복이었죠. 그래서 집에서 컴퓨터나 핸드폰을 잠깐이라도 만지면 아내가 또 일하냐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족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제주도 한 달 워케이션은 우리 가족에게 확실한 보상이 되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예쁜 아기를 데리고 와서 좋은 추억을 쌓고 있으니까요. 덕분에 아내한테도 5월에 잃었던 점수를 다시 딸 수 있었습니다."
결혼 후 4년 만에 남편과 단둘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여유

"남편하고는 신혼여행 이후로 4년간 단둘이 여행을 간 적이 없었어요. 코로나가 터져서 국내외 여행을 엄두도 내지 못한 점도 있지만 그나마 짧은 휴가는 시댁이나 친정 가족과 함께 보냈거든요. 연말정산 미리보기, 마이비즈에 이르기까지, 계속 신규 프로젝트에 참여하느라 바빠서 길게 휴가를 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요. 그 와중에 제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일을 끝내고 쉬길 바라는 마음에, 같이해야 할 집안일을 남편이 홀로 하며 내조를 톡톡히 해줬죠."
"이렇게 항상 제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 남편이랑 단둘이만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신혼여행으로 갔던 태국에서의 한달살이를 제안했어요. 아쉽게도, 남편이 사업을 하고 있어서 자리를 오래 비우기는 어려웠어요. 그래도 업무적으로도 느슨하게 연결되는 이때, 잠시 새로운 프로젝트 개시를 쉬어가는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해볼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 워케이션 중 일주일은 휴가를 내고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좋은 추억거리를 쌓았습니다."
워케이션을 가지 않더라도 생기는 혜택들

"아직 나 홀로 해외여행은 낯설고 두려워요. 그래서 친구랑 시간을 맞춰서 3박 4일간 제주도로 휴가를 다녀왔어요. 아쉽기는 해도 워케이션이 시행되는 기간에 자유롭게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그 자체로도 큰 보상이었습니다. 이 기간에는 마케팅 캠페인 실행을 최소화되어서 일정 자유도가 높았어요. 덕분에 쉬고 싶을 땐 특별 휴가나 연차를 써서 편히 쉴 수 있었습니다."
휴가보다 워케이션이 더 좋아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메일과 메시지, 업무 등 복귀 후 처리해야 할 업무에 큰 부담을 느꼈어요. 그런데 워케이션 기간에는 휴식 중간에 일하고, 일 중간에 휴식을 취하고 있죠. ‘주’가 무엇이냐에 따라 개념적 접근이 비록 다를 수는 있어도 핵심은 하나에요. 공식적인 업무 시간을 할애해 업무가 밀리지 않도록 처리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워케이션 종료 후, 마치 어제도 사무실 출근을 했던 것처럼 가볍고 산뜻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서울이 아닌 대구 고향집에서 일하는 방법

"우리 회사가 자율 출근제를 하고 있으니까, 부모님이 계신 대구 고향 집에 내려가서 일해도 상관은 없겠죠. 하지만 그렇게 일하다가 예상치도 못한 이유로 회사에 갑자기 나가야만 할 때가 생기면 어쩌나 싶더라고요. 대구에 내려와 있으니 사무실은 못 간다, 그런 말을 편하게 할 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워케이션 때는 이런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본가에서 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퇴사하지 않고도 장기 여행 갈 수 있다는 게 워케이션의 장점

"이번 한 달 유럽 워케이션 와서 퇴사 후 여행하러 온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지칠대로 지쳐버려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도전해 볼 힘이 더는 남지 않았던 게 퇴사의 이유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일에서 벗어났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큰 해방감을 느끼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데서 불안감을 느꼈다고 해요. 유럽에 와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도 비축하고, 일도 하면서 월급도 받고, 여행 후 다시 돌아갈 곳이 있는 건 저밖에 없었어요. 다들 굉장히 부러워하더라고요."
헤드룸

"피사체의 머리 위와 화면 상단 간의 여백을 가리키는 말로, 적당한 헤드룸이 있어야 이를 보는 사람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며 피사체의 눈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도 적당한 헤드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나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이 앞만 보고 내달리기만 한다면, 정작 본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엇인가를 해야 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자비스앤빌런즈의 워케이션이 바로 헤드룸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행‘이 아닌 ‘회고‘와 ‘계획’성 업무를 장려함으로써 서로 간 느슨한 연결을 통해 생기는 여유를 즐겨보자는데 의의가 있기 때문이죠. 이런 일은 집 또는 회사에서도 충분히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라면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연과 함께하면 더 좋다고 봐요. 자연 속에 2시간 이상 있으면 창의력이 샘솟는다고 합니다. 휴양지에서 일하거나 쉬는 걸 장려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워케이션의 진짜 정의
"저는 휴가도, 워케이션도 가지 않는 대신 집에서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직접 요리해서 먹겠지만 요새는 지원금으로 외식을 즐기고 있어요.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고,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데 쓰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가족과 함께하는 절대적인 시간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돈과 그 돈을 쓸 수 있는 시간까지 같이 주는 게 워케이션의 진짜 정의가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시간과 돈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휴가가 되는 거고, 휴양지 워케이션이 되는 거고, 고향집 워케이션이 되는 거죠."
나는 워케이션을 가지 않기로 했다
“작년에는 집 옥상에 놓을 평상이랑 텐트, 캠핑용 테이블을 조립해 펼쳐놓고 소고기를 구워 먹었어요. 올해 역시 워케이션을 가는 대신, 리프레시 지원금으로 M1 맥북 프로를 신사역 애플 스토어에서 바로 구매했죠. 집에서 신형 컴퓨터로 영화도 보고, 포털 뉴스도 보고, 웹툰도 보면서 여가를 보내는 게 제게는 힐링 그 자체입니다. 집중이 더 잘되는 사무실을 선호한다는 점에서도 앞으로 워케이션을 갈 계획은 없을 듯합니다.”
긴 여행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여유
"신혼여행 중에 ‘태국의 몰디브’라고 불리는 라차섬의 한 리조트 선베드에 누워서 여유롭게 책을 읽는 사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5일 결혼 휴가에다가 주말 며칠 껴서 온 짧은 일정으로 온 저희는 이것저것 하느라 바빠서 앉아서 책 읽을 생각조차 못 했거든요. 아마도 더 길게 온 휴가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여유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신혼여행지에서 남모르게 부러워했던 그 여유를 저도 한번 느껴보고 싶어서 강원도 고성으로 3주 워케이션을 다녀왔습니다. 이직을 위해 잠시 회사를 그만둔 아내와 다행히 서로 시간을 맞춰서 올 수 있었죠. 살면서 우리에게 다시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은 정도로, 정말 여유로웠습니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

"숙소비 310만 원, 차량 왕복 탁송비 60만 원, 차량 기름값 30만 원, 현지 체류비(식사비, 관광지 입장료, 생활용품 구매비 등)로 300만 원 등 어른 두 명과 어린이 한 명의 한 달 제주도 워케이션에 총 700만 원이 소요됐습니다. 지원금 액수에 딱 맞춰서 2주만 다녀오는 방법도 있기는 했죠. 하지만 제주도 한달살이라는 꿈을 이룰 기회를 목전에 두고 있고, 때마침 아내는 퇴직 후 구직활동 중이었습니다. 아내가 다시 새로운 직장을 구하면 이렇게 길게 함께 휴양지에서 머무를 기회가 또 있지는 않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잡았습니다."
울산에 사는 부모님과 찐하게 보내는 시간

"스무 살에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는 울산에 계신 부모님이랑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방학에도 동아리 활동하느라 바빠서 2주 이상 집에 있어 본 적이 없었고, 서울에 직장을 잡은 후로는 명절 때나 겨우 부모님 얼굴을 봤어요. 여행에 딱히 큰 욕심이 없던 저는, 이번 기회에 고향 집에서 한 달간 워케이션하며 일하는 외의 모든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했어요. 집 근처 이곳저곳 함께 다니는 것도 좋았지만…쇼파에 느긋하게 앉아 티비나 넷플릭스를 보며 함께 보내는 평범한 일상이 더 좋았어요. 서울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그리운 가족의 품이었거든요."
꿈에 그리던 미국을 워케이션 도착지로 정했다!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뀔 때 미국 한 번 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저 역시 워케이션을 통해 그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항공료 300만 원, 숙박 400만 원, 생활비로 400만 원 등 저 혼자 온 워케이션에 최대 1,200만 원을 지출할 듯합니다. 비용이 조금 부담은 되었습니다만, 어차피 계속 돈을 벌 거니까 괜찮겠다 싶었어요. 그 나이대에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통해 하나라도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제게는 더 중요했습니다."
코멘트 | 김범섭, 엄도연, 서동우, 박혜빈, 이정운, 최혜원, 서정화, 이시영, 김정훈, 진영호, 박진수, 위영종, 강인석, 김준민, 김성신
정리 | 이수경
디자인 | 강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