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후신고 경정청구, 세무서에 발이 묶인 납세자의 권리

여름 더위 속에 태어난 지 4개월된 아기를 안고 세무서를 찾아갔다. “홈택스에서도 가능할 텐데요?”라는 담당자의 말에 씁쓸한 웃음이 났다. 현재에도 여전히 ‘이런 일’로 세무서를 방문해야 한다는 사실에 일선 담당자조차 의아해하고 있었다.

난생처음 세무서를 찾은 사연은 이렇다.

직장인인 나는 그동안 근로소득에 대한 연말정산만 했다. 가끔 하게 되는 강연이나 기고로 받은 기타소득이 있긴 했지만, 이미 원천징수된 세금이 있어서 합산 신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자비스앤빌런즈에 입사 후 소득세를 공부하면서 내 신고 내역을 재검토해 볼 기회가 생겼다.

알고 보니 이런 기타소득은 일괄적으로 8.8%의 세금을 떼는데[1], 이게 내 종합소득 실효세율[2]보다 높았다. 그래서 연말정산한 근로소득에 기타소득을 합산해서 신고하면 오히려 환급금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연말정산 과정에서 놓친 공제도 발견했다. 2019년에는 아버지의 부양가족 인적공제와 장애인 공제를, 2020년에는 아버지의 장애인 공제를 빠뜨렸다.

상황은 이랬다. 2018년 12월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은 이듬해, 지인이 알려준 이후부터 장애인 공제를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당시 회사에서 제공하는 연말정산 사이트는 지금 홈택스처럼 전년도 부양가족 공제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매년 새롭게 인적공제를 입력해야만 했다. 연례행사 수준으로 내가 적용받을 수 있는 공제 요건을 스스로 찾아보고 판단해서 입력하다 보니, 특정 년도에는 이를 놓쳤던 거다.

나는 당연히 홈택스에서도 이 누락된 공제를 추가해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런데 '관할 세무서에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한 내역이 있어 관할 세무서로 서면신고 하라'는 안내 메시지가 뜨더니 더는 신고를 진행할 수 없었다.

알고보니, 예전에는 기한후신고를 했다면 경정청구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다. 하지만 법정신고기한 내 신고한 납세자와 비교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었다. 이에 2018년 1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신고 내용에 오류가 있어도 단지 기한후신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정청구를 막는 것은 납세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기획재정부에 국세기본법 개정을 권고[3]했다. 이에 따라 2020년 1월부터는 기한후신고자도 경정청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4].

[ 이미지 1 ] 홈택스에서 기한후신고 건에 대해 경정청구 시도 시 뜨는 화면

그런데 법 개정 이후에도 기한후신고자의 경정청구는 홈택스에서 지원하지 않아 여전히 세무서를 직접 방문해야 했다. 이는 정기신고자가 경정청구를 한 후, 다시 한번 경정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한후신고자의 경정청구가 홈택스에서 지원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행정 절차상 뭔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했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시스템 반영이 늦어진 걸까? 정확한 이유를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어쨌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세무서에 가야만 했다. 하지만  평소에 가본 적도 없는 세무서까지 오가는 일 자체가 큰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어떤 부분을 누락했는지,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아봐야 하는 부담이 컸다. 결국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2024년 5월 정기신고 기간이 지나면서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종합소득세 신고는 법정신고기한으로부터 5년 이내에만 경정청구가 가능하다[5]. 즉, 2019년 종합소득세의 법정신고기한이 2020년 5월이었으니 경정청구는 2025년 5월까지만 가능했다.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은 셈이었다. 육아휴직 기간이 찬스라 생각했다. 불과 몇 시간만 투자하면 될 일에 부모님이나 남편의 소중한 연차까지 빌리고 싶지는 않았다. 이에 갓난아기를 데리고 2024년 7월 직접 세무서를 찾았다.

경정청구 사유와 증명서 구비 여부를 확인한 담당자는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결정(경정)청구서'[6]라는 서류를 내밀며 내가 직접 기재할 항목에 체크를 해줬다. '2019년 - 아버지 인적공제, 추가공제(장애인) 모두 누락, 2020년 - 아버지 추가공제(장애인) 누락'을 적어낸 신청서와 장애인증명서를 함께 제출하자, 담당자는 이를 보고 경정청구를 처리했다. 홈택스였다면 즉시 확인할 수 있었을 환급 예상액을 알지도 못한 채 접수증만 받고 나왔다. 그리고 시간이 다소 지나서야 실제 환급 여부나 금액은 통장 입금 내역을 통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일련의 과정에서 의문이 들었다. 경정청구 사유가 명확한 경우라면, 담당자가 버튼 몇 번 누르면 될 일을 왜 굳이 세무서까지 와서 요청해야 하는 걸까? 더구나 환급액도 모른 채 최대 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니[7].

나는 그나마 수월하게 일을 처리한 편에 속한다. 기한후신고자의 경정청구는 이전 신고 내역 기반한 전자신고가 지원되지 않으므로, 과거 제출한 신고서 일체를 살펴봐야 한다. 문제는, 이 신고서를 어디서 어떻게 봐야 하는지 경로가 직관적이지 않아 접근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8]. 그렇다고 무작정 세무서를 찾는다고 해서 담당자가 과거 신고 내역을 대신 확인해가며 누락된 공제를 찾아주지 않는다. 누락한 공제를 스스로 찾아내 이를 증빙할 서류까지 완비해야만 비로소 신청이 가능하다. 기한후신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감내하기엔, 이 절차는 지나치게 혹독하다.

만약 홈택스에서 기한후신고 경정청구가 가능해진다면, 납세자는 필요한 즉시 이를 처리할 수 있고 환급액도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세무서 담당자도 대면 상담과 서류 접수 처리에 드는 시간에 더 중요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특히 경정청구 사유가 명확하다면, 시스템을 통한 자동 처리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기한후신고자에 대한 경정청구 제한이 납세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하여 법 개정을 권고했고, 실제로 개정까지 되었다. 그러나 현재 홈택스에서는 기한후신고자의 경정청구는 지원되지 않고 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기한 내 신고한 납세자와의 절차적 차이를 실무적인 제한으로 인식할 수 있다. 납세자의 신고 편의성과 권리 보호를 위해서라도 기한후신고자의 경정청구도 온라인에서 간편하게 처리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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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소득세법에서는 기타소득의 종류에 따라 지출 증빙 없이 인정되는 경비율이 정해져 있다. 원고료, 강연료, 인적용역 제공 등 일시적으로 받은 기타소득에서는 필요경비율이 60%가 인정된다. 그리고 나머지 40%에 대해 22%(소득세 20%, 지방세 2%)의 세율이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해당 기타소득의 실효세율은 8.8%다.

  2. 종합소득금액 중 실제로 낸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

  3. 기한 넘겨 납세신고한 자도 신고내용에 오류·탈루가 있다면 수정할 기회 줘야(2018.01.10), 국민권익위원회

  4. 기한 넘긴 세금신고, 세액환급 위한 경정청구 가능해진다(2020.01.10), 머니투데이, 김용택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5.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에 따르면,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신고기한까지 제출한 자와 기한후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한 자 모두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이내에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한편, 부칙에 따라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 이미 진행된 기한후과세표준신고 건에 대해서도 경정청구가 가능하다. 이는 개정법 시행 이전에 기한후신고를 한 납세자들에게도 동일한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조치로, 소급 적용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6. 납세자는 경정청구 사유와 함께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이때 수정할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관련 증빙서류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7.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3항에 따르면, 관할 세무서장은 경정청구를 받은 날부터 2개월 이내에 처리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2개월 이내에서 그 처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8. 홈택스 로그인을 먼저 한다. 그다음 뜨는 화면 상단의 메뉴 중에서 세금신고’>’신고서 조회/삭제/부속서류’>’전자신고 결과 조회’ 이 순서대로 클릭한다. 그런 뒤 뜨는 화면에서 세목/신고일자/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재한다. 만약 신고일자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면, 이를 1년 단위로 입력해가며 탐색해야 비로소 과거 제출했던 서류 일체(소득명세서, 소득공제명세서, 세액감면명세서 등)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