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객을 위해 회사를 떠나지 않기로 했다"
'풍파를 겪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을 살면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이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과 같다는 의미다. 모진 풍파를 겪고 난 이는 가슴에 생겼던 희망과 꿈을 접거나, 난관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 재도전을 시도한 끝에 숙원을 이루거나. 대개는 이렇게 두 파로 나뉘고는 한다.
자비스앤빌런즈에서 '자비스'(‘자비스앤빌런즈’는 회사를, ‘자비스’는 세무 비서 서비스를 지칭) 운영 조직에 속해 있던 이아진 매니저도 의도치 않게 풍파를 겪었다. 회사가 야심차게 선보였던 서비스의 매출보다 비용이 더 커지면서부터다. 회사가 생존을 위해 구조 조정을 시행하면서 수많은 동료가 떠나갔다. 삼쩜삼의 대성공 이후에는 회사가 삼쩜삼에 더 많은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발표, 또 한 번 조직이 대대적으로 바뀌었다.
이 매니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입사 후 지난 6년간 자비스앤빌런즈의 ‘보릿고개’ 시절과 삼쩜삼으로 재기에 성공한 그 모든 순간을 함께 해온 이아진 운영기획 매니저를 만나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비스앤빌런즈 합류를 선택한 단 하나의 이유
이아진 매니저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과목과 관련된 일이 본인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일이라 판단, 졸업 후에는 로펌 지식재산권 파트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입사 초에는 특허∙상표의 출원과 등록에 필요한 서류 관리 및 행정 처리만 맡았다. 업무 경험을 어느 정도 갖춘 이후에는 고객을 직접 만나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하려는 대상과 그 범위를 파악해 출원서와 의견서의 초안을 직접 작성하는 수준까지 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명하달 방식의 관료적인 조직 문화에서는 개인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음을 느꼈다. 고객 의뢰가 오면 서식에 맞춰서 서류를 작성하는 일에서 자기효능감을 느낄 여지도 적었다. 이 두 가지는 이 매니저의 업무 흥미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 매니저는 자기 주도적으로 다양한 걸 시도할 수 있는 조직에서 성취감을 맛보고 싶었다. 한 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협업할 때 접했던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불현듯 떠올랐다. 빠른 성장과 시장 파괴적인 혁신을 일군 스타트업의 공통점이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이런 곳이라면 한층 더 성장하고 싶은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겠다 싶었다.
스타트업 관련 채용 공고 중, 경영지원 플랫폼인 '자비스'를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가 눈에 띄었다. 개인의 명함 관리 서비스 '리멤버'를 만들었던 김범섭 대표가 회사를 나온 후 대학원생 시절 학과 영수증 처리에 애를 먹었던 경험에서 착안한 서비스를 만든 스타트업[1]이었다. 관련 언론 인터뷰를 모조리 찾아보니 자동화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물론 대표의 서비스 철학에 큰 인상을 받았다.
이 매니저는 면접을 통해 스타트업 그 특유의 밝고 열정이 넘치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주인의식을 갖추고 업무에 임하는 임직원의 가치관과 태도에 큰 매력을 느꼈다. 본인 전공을 살릴 수 있겠다는 기대도 섰다. 고객을 직접 만나 수임 업무를 맡게 됐을 때 맛봤던 성취감을 다시 느끼고자 세일즈팀에 입사 지원했다. 한창 성장 가도를 달리던 자비스앤빌런즈에 합류한 건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7년 9월께 일이다.
입사 당시 자비스가 주력한 ‘이것’
모든 사업자는 수입과 지출, 경비 내역을 장부에 기록하고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세금을 납부할 의무를 진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거래가 실제로 있었음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따로 보관해야 한다. 영수증은 이 보관 대상 자료 중 하나다. 따라서 영수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경비∙지출 사실을 입증할 수가 없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더 내야 하게 될 수도 있다. 자비스가 출시 초기에 영수증 관리 기능에 집중[2]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다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고객사를 담당한 여러 세무법인에서 기존대로 종이영수증을 모아서 보내라며 자비스 데이터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비스앤빌런즈는 거래 증빙 데이터를 검토하는 세무사도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판단, 2016년 들어서는 기업과 세무법인 양쪽을 위한 세무 비서 서비스[3]로 재포지셔닝했다.
그렇게 해서 자비스앤빌런즈는 풀타임 경리 직원을 두기 쉽지 않은 1인 기업이나 초기 스타트업을 겨냥해 종합 세무 비서 서비스를 확장해나갔다. 세금 신고에 필요한 장부 작성 자료의 자동 수집 및 분석을 인공지능(AI) 경리로, 자동화가 어려운 세무 업무는 사람(외부 파트너 세무사)이 AI 경리를 이용해 세무 대행을 해주는, 이렇게 두 파트로 서비스를 구성했다.
서비스 변화에 맞춰 자비스 운영 조직 역시 세무지원팀, 고객지원팀, 세일즈팀으로 세분됐다. 세무지원팀은 파트너 세무사의 기장, 세금신고 업무를 돕는 전담 인력으로 구성돼 있었다. 고객지원팀은 AI 경리를 이용하는 고객의 서비스 이용 관련 문의를 응대했다. B2B 서비스인 자비스는 기업 간 계약을 맺기 위한 영업 활동이 필요했다. 이에 세일즈팀은 신규 계약 유치를 위한 고객 상담 및 고객사의 월 결제 관리, 세일즈 강의 준비, 제휴, 마케팅 제안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이 매니저는 세일즈를 좀 더 공격적으로 하기로 결정된 시점에 입사했다.
세무사가 1:1로 매칭되어야만 제공할 수 있는 세무대행 서비스 특성상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파트너 세무사가 세무 대리 업무 시 이용하는 자사 AI 경리 프로그램 이용료만 매출로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비스는 인간 전문가의 개입하지 않아서 비용 효율성이 더 높은 AI 경리에 집중했다. 법인세 신고 기간에는 다른 달보다 매출이 6배 느는 등 AI 경리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세무 중에서도 제일 복잡한 기업의 회계와 기장의 단순화∙자동화 시도도 꾸준히 이어지며 AI 경리의 기능도 고도화됐다.
‘인력감축’이라는 첫 번째 풍파를 극복한 방식
다만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 여전히 많은 고객이 AI 경리가 아닌 세무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게 원인이었다. 자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사가 늘어나도 매출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반면, AI 경리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더 커졌다. 결국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비용이 증가하는 속도가 매출의 증가 속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회사는 당장 살아남기 위해 예상보다 커진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택한 방법은 바로 구조조정이었다. 세무지원팀이 하던 일을 파트너 세무법인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 자발적 퇴사까지 연이어 이루어졌다. 2018년 상반기에 40명이었던 직원은 불과 1년 만에 9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매니저의 포지션은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인력이 대거 빠지면서 모든 팀이 해체됐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계속 운영되어야 했기에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했다. 이 매니저는 새로운 고객을 찾는 일 대신 기존 자비스 고객의 서비스 이용을 도와주는 일에 발 벗고 나섰다. 일 년 동안 나 홀로 악전고투 끝에, 2020년 하반기에 박민영∙홍미나 매니저가 입사한 후부터는 운영 업무의 안정화 및 체계화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회사가 생존을 위해 한 불가피한 선택을 한 점은 십분 이해가 됩니다. 항상 모두가 만족하는 선택이란 건 없으니까요. 다만 자비스의 방향성을 더 빨리 점검했더라면 그에 맞는 사람을 뽑았을 거고, 그러면 회사를 이탈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은 들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고객지원팀 동료마저 떠나자, 고객을 위한 자비스가 보이지 않았어요. 회사가 서비스를 포기한다는 느낌마저 들었죠.”
“하지만 저는 끝까지 남아있기로 했어요. 애착을 갖던 서비스였던 만큼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서라도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고 싶었거든요. 저를 포함해 자비스앤빌런즈에 남기로 선택한 모든 이가 없는 힘까지 짜내서 안간힘을 냈어요. 그렇지만 핵심 인력이 대부분 나가면서 서비스를 유지보수하기는 정말 쉽지 않았어요. 개발자 한 명, 운영자 저 한 명이 전부였어요. 서비스의 개선점을 기획하고 디자인할 사람이 없었죠.”
“고객의 소리(VoC)[4]로 들어온 고객의 불만 사항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어떤 고객사는 개선안을 직접 기획해 전달해주기까지 했죠. 저희의 위기 상황에 공감하며 시간이 좀 걸려도 좋으니 자비스의 무사 운영을 기원한다는 피드백도 받았어요. 자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나 서비스하는 직원 모두가 서비스의 부흥을 대단히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획자, PM 역할까지 챙기며 미력하게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더 적은 인원으로 회사를 꾸려가는 만큼, ‘가장 중요한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AI 경리를 유료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킬러앱[5]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여러 차례 피봇팅(pivot)[6]을 거쳐 오늘날 개인의 종합소득세 신고와 환급을 도와주는 삼쩜삼을 2020년 5월 출시했다. 회사의 마지막을 건 승부였다.
다행히 서비스는 출시 직후부터 순항을 거듭한 끝에, 1년이 지난 2021년 5월에는 대성공을 거두게 됐다. 예상을 뛰어넘는 광폭 성장에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이 한 달 동안만 방문자 수는 651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배 이상 큰 폭으로 늘었다. 가입자 수, 환급액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덕분에 회사에는 ‘아직 우리는 무엇인가를 더 해볼 수 있다’는 긍정 에너지가 다시금 차올랐다. 이에 자극받은 이아진 매니저는 유지보수에만 그쳤던 자비스도 덕분에 새로운 활로를 찾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패스트파이브 역삼점 402호 한 칸짜리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여서 일했던 때였어요. 모두가 사활을 걸었으나 성공을 100% 장담할 수 없는 신규 서비스를 만들던 동료들의 마음고생을 그만큼 더 가까이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자비스에 애착이 높았던 만큼 회사에 대한 애착도 컸고, 당연히 그 회사의 구성원에 대한 애착도 컸어요. 그래서 삼쩜삼의 성공을 다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 와중에 저는 자비스의 버팀목이 되겠노라 고 다짐했어요. 오늘날의 자비스앤빌런즈가 있게 해준 서비스를 이용해주는 고객을 위해서라도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에 2021년 3분기 OKR을 논의하는 시점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업무 목표를 세워나갔다. 자비스 운영팀은 서비스 운영과 개발 효율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홀로 남아 자비스 개발 업무를 전담해오던 오아랑 개발자는 물론, 새롭게 합류한 허정우 PO, 권나래 PM, 박규태 백엔드 개발자와 함께 서비스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두 번째 풍파를 극복한 방식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전사는 삼쩜삼에만 집중한다’는 이야길 전달받았다. 1,600여 개 기업이 사용하는 자비스를 종료하자는 의미였다. 자비스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모두가 의기투합을 시작한 상황에서 이 매니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마치 부모의 반대로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아침에 생이별을 겪는 듯한 심정이었다.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순순히 이별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이후 자비스를 담당하는 구성원 전원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가까스로 마련됐다. 고객이 잘 쓰고 있는 서비스를 어떻게든 계속 유지하고 싶은 ‘팀의 의지’와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회사의 입장’이 서로 대립했다. 다행히 긴 논의 끝에 종료 대신 현실적인 운영 방안을 고민해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자비스 운영팀은 서비스 존폐가 걸린 사안이었던 만큼, 사업 실패 요인을 극복할 피봇팅 방안을 살펴보거나 서비스 자체를 양수 또는 자회사로 분리하는 안의 타당성을 따져보는 등 다각도 분석을 시작했다. 궁극에는 서비스 양도∙양수[7]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양도∙양수 시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제품 그 자체였어요. 회사의 주 매출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많은 고객사가 이용하는 서비스를 포기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만든 서비스니,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어요. 합리적으로 서비스를 운영, 개선해나갈 방안을 계속 연구했어요. 결론은 ‘각자 전문 영역에 더 집중하는 방식으로 협력하자'였습니다. 세무법인 중 가장 많은 고객사를 보유한 스타밸류에 자비스 운영 업무를 위탁하게 된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 대신, 다년간 IT 서비스를 개발∙기획 관련 경험을 갖춘 자비스앤빌런즈는 서비스의 유지 보수를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위탁이라는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려 3개월씩이나 말이다.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앞에서 자비스의 미래를 그리는 일을 진취적으로 해내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아직 확실히 결정되지 않은 삼쩜삼 운영팀으로의 이동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대책을 마련하기도 쉽지는 않았다.
누군가가 결정해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 이 매니저는 일단 자비스 운영과 관련된 모든 히스토리부터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자비스는 5년밖에 운영되지 않은 서비스임에도 불구, 중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업무용 메신저 이곳저곳에 데이터가 산재해 있어 관련 내용을 한 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담당자의 재량으로 각기 다르게 고객 문의에 대응하기도 했다. 이에 운영 업무의 체계를 재정비하고 고객 응대 매뉴얼을 구축했다.
한편으로는 자비스를 운영하면서 겪은 각종 경험과 노하우를 삼쩜삼에 이식하면 가속 성장에 보탬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섰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삼쩜삼 운영팀에 공식 합류한 2021년 11월 첫 한 달은 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였다. 직장생활 8년 차에 처음 겪는 일이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자비스는 기업(구매자)과 세무법인(판매자)이 참여하는 양면형 플랫폼이다. 여기서 핵심은 고객사를 위한 솔루션의 기능이나 서비스 범위 안내였다. 기업의 세무∙회계 방식에 대한 깊은 지식을 쌓을 필요가 거의 없었다. 삼쩜삼은 달랐다. 고객이 자주 묻는 환급금 발생 원리와 환급금 입금 일자 등을 안내하려면 종합소득세 그 자체를 깊게 이해하는 게 중요했다. 이런 와중에 곧 출시 예정인 모바일 앱의 외주 고객센터의 고객 상담 가이드라인은 물론, ‘연말정산 미리보기'의 운영 프로세스 구축 업무도 해내야만 했다.
“자비스 운영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동시에, 다른 서비스까지 새로 맡다 보니 삼쩜삼 운영에 필요한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어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문제가 연이어 터질 때마다 계속 확인해서 처리하느라 바빴어요. 난이도 역시 높았습니다. 자비스를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 세무 지식을 습득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자비스가 ‘그냥 커피’라면 삼쩜삼은 ‘티오피(TOP)’였달까. 그런 와중에 삼쩜삼 기존 운영팀 구성원과 어떤 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할지, 제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해서 정말 정신을 차릴 수조차 없었어요.”
스타트업에서는 해야 할 일은 많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유한하다. 이에 매우 한정적인 리소스로 최대 효율을 발휘해서 일하는 조직 역량이 정말 중요하다. 이 매니저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운영팀 전 구성원과 함께 리빌딩에 착수했다. 출시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급격하게 성장하느라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삼쩜삼 운영팀 업무 환경을 새롭게 구축했다. 삼쩜삼 운영∙QA∙그로스(기획) 파트에서 담당해오던 업무와 앞으로 해야 할 업무 내용을 바탕으로 운영 업무의 재구조화에도 나섰다.
그 결과, 현재 삼쩜삼 운영팀은 운영관리 챕터와 운영기획 챕터로 이원화됐다. 운영관리 챕터는 고객센터 운영 및 상담 품질 관리 및 개선 등의 업무를, 운영기획 챕터는 삼쩜삼 운영 이슈 발굴 및 서비스 효용을 극대화할 개선안을 마련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매니저는 현재 운영기획 챕터장으로 활약하는 중이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자비스앤빌런즈에서 가장 큰 규모로 늘어날 팀은 삼쩜삼 운영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종합소득세 신고 및 환급을 도와주는 서비스의 고도화, 양도소득세 상담 및 신고를 위한 세무사 연결 기능과 개인사업자 부가가치세 신고 등 서비스 복잡도가 커지는 만큼 해야 할 일도 엄청나게 많아질 테니까요. 지금 10명 좀 넘는 조직이 그때는 4배, 5배 커져 있을 거예요. 이때 운영기획 챕터장으로서 본인이 맡은 일에 뛰어난 책임감을 발휘하며 다른 동료들에게 모범을 보여준 아진님이 앞으로 발휘할 리더십에 기대가 대단히 큽니다."
“최근 발간된 한 리포트[8]를 보면 스타트업 재직자가 스타트업을 추천하지 않은 이유로 ‘높은 리스크/불안정성/불확실성', ‘체계적이지 못함', ‘힘듦/많은 노력 필요'를 꼽았다고 해요. 크게 공감됐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안정적이고 체계적이고, 널널한 회사를 원하느냐, 그건 또 아니에요.”
“저는 굉장히 겁이 많지만 도전하는 걸 즐겨요. 고소공포증을 이겨내면서까지 스카이워크에 올라서거나 물공포증이 있지만 스노클링을 도전해봐요. 더 높은 곳에서 확 트인 광경을 바라볼 때, 물 밖에선 보이지 않던 물속의 물고기와 산호가 펼쳐진 모습을 보았을 때 역시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엔도르핀이 도는 걸 느껴요.”
“스타트업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성취감이나 성공은 바로 이 공포증을 극복하고 마주하는 장관과 비슷했어요. 게다가 자비스앤빌런즈는 ‘채우고 나눈다'라는 기조 아래에 함께 고생한 임직원에게 확실한 심리적, 금전적 기대감에 늘 부응해줬어요. 지난 6년간 흔들림 없이 자비스앤빌런즈와 동고동락을 할 수 있었던 건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어느 하루 아침에 일어난 기적이 아니에요.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거듭된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오랜 노력 끝에 거둔 성취예요. 누군가 한 명이 특출나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인고의 시간을 함께 버텨주고 회사가 가고자 하는 길을 지지하는 동료들과 함께 만들었어요. 그 모든 고난과 역경을 다 이겨내고 결국에는 성공해냈을 때의 감동과 뿌듯함은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어요. 형언할 수 없는 이 감정, 직접 와서 함께 느꼈으면 좋겠어요. 제 이야기가 와닿길 기원하겠습니다.”
글 | 이수경
감수 | 이아진(인터뷰이), 신동민, 황재홍
디자인 | 윤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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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리멤버 이어 또다시 인해전술…‘자비스’ 김범섭 대표(2016-6), 동아사이언스, 심재석 기자
“복잡한 영수증 처리, ‘자비스'에게 맡겨주세요"(2016-2), 블로터, 이지영 기자
연 평균 2조 원의 국내 기업 세무관련 비용 ‘자비스'가 줄여간다(2016-4), 벤처스퀘어, 서하늘이 기자
Voice of Customers의 약자로, 기업의 제품 또는 서비스 경험에 대한 고객 피드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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