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영학을 전공한 김현주 글로벌사업 부문장의 커리어패스와 자비스앤빌런즈의 동남아시아 태핑 실패기, 그리고 GEP 지원 계기 및 준비 과정을 3편의 시리즈 글로 연달아 연재할 예정입니다.

"과거 5년 치 세금 신고에 필요한 필수 데이터를 디지털로 보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국세청의 홈택스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간편한 인증으로 신고서 작성에 필요한 데이터를 취합해 단 2분만에 예상 환급액을 알려주고 원스톱으로 신고까지 도와주는 서비스 역시 전세계에서 삼쩜삼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삼쩜삼과 같은 간편 신고 및 환급 도움 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있으리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과거 롯데미래전략센터와 롯데시네마 재직 시 사업 진출을 검토해봐서 비교적 잘 아는 동남아시아 주요 6개국부터 먼저 리서치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제가 내린 결론은 '동남아시아 진출은 시기상조'라는 거였죠."

"오늘날 각국에서는 우리나라의 홈택스 같은 선진화된 온라인 신고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며 미신고 적발 시 처벌하는 등 세수를 적극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세금 신고율은 여전히 낮습니다. 현지의 많은 기업은 계좌 이체가 아니라 현금다발로 봉급을 주고, 가게에서는 현금으로 거래하는 등 소득과 지출이 모두 지하 경제[1]에 상당수 머물고 있죠."

"이런 상황이니 서비스 이용료를 내가면서 원래도 내지 않았던 세금을 내야 할 이유를 설득하기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금 신고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이들조차 서면 신고를 더 선호하는 상황인지라 온라인 간편 신고를 도와주는 삼쩜삼이 기여할 부분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시도를 통해 자비스앤빌런즈는 1)세금 징수 및 납부 관련 체계적인 법률적 기반이 마련돼 있으며 2)정부가 디지털 세금 신고가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두었고 3)세금에 대한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지만 4)세금 신고의 복잡도가 높아서 세무 대리 비용이 큰 선진국형 국가로의 진출을 검토하는 게 타당하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한 귀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GEP(Global Entrepreneur Programme) 딜메이커로 활약하고 있는 구예림 대표와 한 네트워킹 행사에서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눈 게 인연의 시작이었죠."

"GEP는 영국 국제통상부가 2004년부터 운영해온 해외 기업 발굴·성장 관리 프로그램으로, 유럽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우수한 테크 스타트업 1,100여곳의 영국 본사 또는 글로벌 본사 설립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딜메이커는 바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업을 발굴하는 사람이죠. 마침 영국 정부가 한국의 혁신성과 실용적 기술을 개발하는 능력을 높이 평가해 '아시아 중점 지원 국가'로 선정하면서, 한국 기업을 전담 발굴할 최초의 딜메이커로 영입한 사람이 바로 구예림 대표였습니다."

[ 이미지 1 ] 미쉘 데이비드슨 존스 GEP 총괄이 지난 11월 15일 자비스앤빌런즈 사무실을 방문, 자비스앤빌런즈의 GEP을 통한 영국 진출 방안에 대해 듣고 있다.

"영국은 소득 탈루 및 탈세[2]에 대단히 엄격합니다. 3년에 한 번 무작위로 확인했을 때 허위 신고가 밝혀지면 과소·무납부세액의 100%를 가산세로 납부 또는 실형까지 선고하죠. 이에 따라 많은 영국 국민은 본인의 무지 또는 실수로 신고서 내용을 잘못 기재해 과소신고나 초과신고[3]를 하진 않을지 염려가 매우 크다고 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노동자로 부상한 긱워커[4]는 복잡한 공제 체계로 인해 세금 신고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죠."

"삼쩜삼이 영국 국민의 세금 신고에 따르는 부담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한 구예림 대표는 GEP 기업 모집 기간이 끝났음에도 불구, 영국 국제통상부 담당자를 설득했어요. 그 결과, 영국에 삼쩜삼을 소개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자비스앤빌런즈 역시 앞서 동남아시아 리서치를 하면서 도출한 인사이트에 부합하는 시장(적절한 규제, 디지털 신고 시스템 도입, 고도화된 국민의 납세의식 수준, 세금 신고 복잡도 심화)이 바로 영국이라고 판단했고요."

"GEP에 지원하려면 ▲독자적인 기술 기반의 혁신적인 제품 또는 서비스, ▲영국에 본사를 둔 비즈니스 확장 계획, ▲시장에 이미 출시되었거나 출시 준비가 된 제품, ▲글로벌 시장 진출에 관한 명확한 사업적 비전 등 4가지 자격을 갖춰야 합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정확도 95%[5]의 AI 기반 예상 세액 계산 기술로 개인 세무 서비스의 대중화를 이끈 경험을 이미 갖췄던 만큼, 영국에서의 3개년 계획을 가장 중요한 피칭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만약 좋은 결과를 낸다면 자비스앤빌런즈는 GEP 세무 분야에 선정된 전세계 최초의 스타트업이 될 겁니다. 한국과 다른 세법과 기업 환경이라서 영국판 삼쩜삼 구현이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한국에서 만든 성공방정식이 영국에서도 통할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세무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가진 고충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프로덕트를 잘 만들어낼 자신도 있으니까요. 영국을 시작으로,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무 분야에서 글로벌 혁신을 이끌어갈 자비스앤빌런즈에 제 작은 힘을 한 번 보태보고자 합니다."



글 | 이수경
감수 | 김현주(인터뷰이), 황재홍
일러스트 | 윤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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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세제 및 각종 규제로부터 도피하여 세무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경제 행위

  2. 소득 탈루는 신고 대상인 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행위를 의미한다. 탈세는 불법적인 절차와 거짓된 증빙으로 납부해야할 세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내지 않는 일을 의미한다.

  3. 납부할 세액을 신고하여야 할 세액보다 적게 신고하는 걸 과소신고, 환급받을 세액을 신고하여야 할 금액보다 많이 신고하는 걸 초과신고라고 지칭한다.

  4. 일용직근로자의 임금 지급 기준인 하루보다도 더 짧은, 몇 시간 동안 임시로 일하면서 IT 플랫폼에서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는 ‘주체성’을 띈다.

  5. 자비스앤빌런즈는 2020년 5월 서비스 출시 후 지난 3년간 정확도를 점진적으로 높여온 가운데, 2022년 2분기(10월 10일 기준) 기준 95%의 정확도를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