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는 신사업 진출(미래 성장동력 확보)이나 시장 지배력 확장,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등을 주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세금 신고도움 서비스 ‘삼쩜삼’을 만드는 자비스앤빌런즈가 영상통화 앱 개발사 ‘스무디’를 M&A한 일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그렇다고 하기엔 ‘세무'와 ‘영상통화'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합은 아니었다. 사실 이번 건은 인재영입(acqui-hire)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새롭게 부여받은 리텐션(고객유지) 과제를 수행하려면 웹뿐만 아니라 모바일 앱으로도 삼쩜삼을 서비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 관련 인력은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곧 비용인 스타트업에 팀빌딩에 투자할 여력조차 없었다. 그런 와중에 스무디를 알게 됐다. 비록 시장검증단계에서 한계에 봉착하기는 했어도, 모바일 앱 기획 및 개발에 있어서는 각종 노하우와 경험을 겸비한 팀이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검증된 인재와 개발력, 다년간 손발을 맞춰온 팀워크를 갖춘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목표한대로 모바일 앱을 적시에 출시할 수 있었다.
보통 많은 기업은 (인수회사 입장에서 기술되는) M&A 목적과 장밋빛 청사진만 언급하고는 한다. 하지만 (피인수 회사의) 경영자 입장에서 봤을 때 모든 열정을 다 바쳐서 일궈낸 기업을 떠나보내는 게 그렇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래서 피인수 회사 입장에서 회사 매각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그 이유를 다뤄보고자 한다. 조현근 PO를 만나 스무디 설립 배경부터 함께 살펴봤다.

창업의 길에 나서다
조현근 PO는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증강현실[1]을 연구해 학위를 받았다. 이후 증강현실을 접목한 영상통화가 전도유망한 서비스가 되겠다는 판단이 서자, ‘칠리인터랙티브'라는 1인 기업을 설립하고 관련 앱을 개발했다. 당시 선보인 모바일 앱 ‘칠리’는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상대방이 카메라를 비출 수 있도록 하는 모션 가이드나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는 영상과 맵핑되는 증강현실 그림 그리기 기능을 제공했다.
‘이전에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UI를 만들어보자’라는 평소 신념에 부합하는 앱이 나와서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2012년 당시에는 ▲모바일 영상통화 서비스의 낮은 보급률[2] ▲턱없이 높은 모바일 통신료[3] ▲짧은 배터리 지속 시간 등의 이유로 영상통화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판단, 사업을 접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2017년 초, 미국에서 Z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8인간 그룹 영상통화 앱 '하우스파티(Houseparty)'를 발견했다. 이 인기는 영상통화 서비스가 B2B에서뿐만 아니라 B2C에서도 시장성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조 PO는 하우스파티의 등장을 계기로 영상통화 서비스 시장이 가파르게 커가는 길목에 서 있다고 판단, 사업을 재개해보고자 했다.
당시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영상통화 서비스였던 카카오 페이스톡은 1:1 통화만 지원했다. 줌(Zoom)이나 구글 밋(Google Meet)과 같은 해외 서비스는 직장인 사이에서 업무 컨퍼런스 콜로만 이용되고 있었다. 이에 아시아 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겨냥할 수만 있다면 그룹 영상통화 시장에서 새로운 흥행 신화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특정 세대가 향유하는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지도 않고 누군가의 설명만 듣고 대략 이해하는 수준으로는 관련 컨텐츠나 서비스를 만들면 안 된다는 신조를 지니고 있어요. 이를테면, 더 젊은 직원이 만들었으니 Z세대에 통하겠거니 생각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접근 방식이잖아요. 물론 노력을 아무리 해도 X세대인 제가 Z세대가 향유하는 라이프스타일이나 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트렌디한 감각을 온전히 이해하기 사실 쉽지는 않않습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제가 직접 느끼고 경험한 바를 토대로 Z세대가 좋아할 만한 서비스인지를 알고 싶었어요. 다행히 요즘 세대가 감각적으로 멋지다고 지칭하는 ‘쿨함’을 낯설어하기보다는, 공감을 많이 하는 쪽에 가까워요. 10대 때부터 장르를 불문하고 즐겨온 음악이라는 취미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회사 설립 6개월 만에 다자간 영상통화 앱 ‘스무디’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스무디는 증강현실 기반의 다양한 감정표현 기능과 참신하고 매력적인 UI, UX로 주목받았다. 그 결과, 소셜 분야에서 국내 4위와 아랍에미리트 1위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누적 다운로드 수 200만 건을 달성했다. 그 잠재력을 인정받아 퓨처플레이, 롯데액셀러레이터, 해시드, 서울대기술지주 등으로부터 총 35억 원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투자를 유치했던 2020년 당시[4]는 코로나 대유행 초기였어요.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누군가를 직접 만나는 데 큰 제약이 있었죠. 원격으로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단은 스무디와 같은 모바일 기반 영상통화 서비스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영상통화 앱을 찾기 시작했고, 이전에 없던 수준으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조 PO가 마주한 ‘위기’
승승장구하던 2020년을 지나, 2021년이 됐다. 조 PO는 유튜브를 보며 영상과 음악을 함께 즐기는 워치파티의 범용성을 확장하는 전략을 세웠다. 지인끼리만 가능했던 이 기능을 오픈룸에서 낯선 사람하고도 즐길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모바일, PC, 영상, 음성, 텍스트 등 각자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이었다.
이 내용으로 2월 초부터 IR을 준비하고 3월 말부터 투자 유치를 시도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나름 기대했던 정부 사업인 POST TIPS 프로그램[5]에 탈락했다는 소식을 어린이날 전날에 전해 들었다.
“코로나가 전세계로 대유행을 시작했던 2020년 말이 되면서부터 서비스 관련 지표가 빠르게 떨어졌습니다. 이는 줌(Zoom)을 제외한 모든 영상통화 앱에서 공통으로 발견된 현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신기해서 이런저런 앱을 시도해보다가, 결국에는 기능 완성도와 인지도 측면에서 우위에 선 줌이나 카카오톡 페이스톡을 선택한 거로 보입니다.”
“또 이때부터 주요 영상통화 업데이트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비스가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반면 저희의 서비스 개발 속도는 코로나 이전 기간보다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불거진 서버 이슈를 처리하느라 오히려 느려졌죠. 저도 서버를 전문으로 다뤘던 사람이 아니라서 직접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유능한 시니어 서버 개발자를 백방으로 찾아다녔으나 구하지 못했어요.”
“이런 와중에 일부 중동 국가에서는 이동통신사가 자사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영상통화 앱 서비스를 금지했어요. 전세계 이용자수는 더 빠르게 떨어졌죠. 심지어 혜성처럼 등장했던 클럽하우스(Clubhouse)가 ‘반짝인기’로 끝나면서[6], 이와 유사한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투자 열기도 다소 사그라들었습니다."
“특정 국가에서 1위를 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기 때문에 서비스 규모를 좀 더 키운 다음에 BM(business model)을 붙이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난번 투자 라운드 때 보여준 지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저희가 강조한 투자 포인트는 아직 개발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투자자에게 확신을 주기가 어려웠던 거로 보입니다.”
이제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속 가능한 상황도 아니었다. 남은 금액을 확인해보니, 월급 한 달 반치와 그때까지 일한 기간을 더한 퇴직금까지 줄 수 있는 정도였다. 줘야 할 월급은 주지도 않고 회사 사정을 봐달라고 호소할 생각이 없던 조 PO는 '매각'만이 모두를 위한 지금 당장의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회사를 팔고 나면 생기는 인수 대금으로 어떻게든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의지였다.
"예전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투자와 M&A에 공들였지만, 결국 폐업해본 경험에서 익힌 교훈이 하나 있어요. ‘될 일은 바로 되고 안될 일은 오래 준비 해도 안 된다’는 거죠. 그래서 매각 논의에만 시간이 오래 걸릴만한 곳은 모두 배제했어요. 딜이 확정되고 서류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최대 두 달 반까지만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조현근 PO는 함께 일하던 병특 직원의 다음 거취까지는 직접 챙기는 게 도리에 맞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인수하기로 나선 회사가 병역지정업체[7]가 아니었다는 데 있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좋은 회사를 찾아주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자비스앤빌런즈를 떠올렸다.
자비스앤빌런즈 김범섭 대표는 조 PO의 고등학교 1년 후배이자, 대학교 동문이다. 동창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특별히 친한 친구로 지내지는 않듯이, 이들 또한 특별한 접점이 없어서 서로의 이름과 얼굴 정도만 아는 사이로만 지냈다. 급격하게 가까워지게 된 건 2015년 스타트업 출신 동문 몇 명이 주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에 함께 참여하면서부터다.
'스타트업 창업자'라는 공통분모를 갖춘 두 사람은 이를 계기로 회사 운영과 관련해서 여러 고민과 해결책을 나누면서 이전보다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스무디 창업 후 자비스 고객사로 들어오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인연 덕분이었다. 조 PO는 김범섭 대표의 기획 능력과 인품이 모두 훌륭하다는 생각을 해왔던 차였고, 이에 메신저로 병역특례 개발자 2명을 채용할 니즈가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 대표는 그 이유를 물었다. 조 PD는 속사정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김 대표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대뜸 자비스앤빌런즈랑 합치는 건 어떠냐며 상상하지도 못한 제안을 건넸다. 당시 스무디는 영상통화 서비스를 만들던 회사였다. 세금 신고 및 환급을 도와주는 삼쩜삼과는 서비스 결이 달라도 완전히 달랐다.
자비스앤빌런즈가 스무디에 손을 내민 이유
삼쩜삼을 처음 선보인 2020년 5월 당시만 해도 자비스앤빌런즈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셀프신고를 하기에는 세무 지식이 충분하지 않고, 세무 대리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에게 ‘간편’하고∙‘안전’한∙‘최대’ 환급이라는 가치를 고객에게 제대로 어필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누가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고객에게 앱 설치 유도는 서비스 이용에 있어서 큰 장벽이었다.
이에 자비스앤빌런즈는 서비스 출시 후 1년 반 동안은 웹으로만 삼쩜삼을 제공했다. 웹은 서비스를 즉각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데 매우 유리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고객의 다양한 피드백을 바로 서비스에 반영해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부분 역시 이런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어느 정도 이용자 수가 늘어난 이후에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리텐션(고객유지)’이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고객이 자주 찾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종합소득세 정기신고가 1년에 한 번 열리는 그 특성상, 삼쩜삼 역시 1년에 한 번만 찾는 서비스로 국한될 소지가 높았다. 이를 막으려면 소득신고 이외의 새로운 서비스를 통한 편의 증대는 물론, 접근성을 높일 거점 확보가 중요했다. 그 해답은 바로 모바일 앱이었다. 웹보다는 앱의 개발 자유도가 더 높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련 논의가 시작됐던 당시에는 모바일 앱 개발 관련 인력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앱 개발이라고 하면 모바일 웹의 요소를 iOS나 안드로이드 앱으로 구현하는 일만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앱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와 플로우까지 고려한 UX/UI 기획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개발팀과 자유자재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획자의 능력은 덤으로 요구되는 조건이다. 즉, 개발력, 기획력, 디자인력 이 모든 기능이 조화를 이뤄야 앱 하나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말까다.
반드시 반년 내로 모바일 앱을 출시해야 하는 마당에 팀원 한 명 한 명을 뽑을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시간이 곧 비용인 스타트업에게 팀빌딩에까지 투자할 여력은 없었다. 이에 자비스앤빌런즈는 앱 개발에 필요한 인력을 꾸리는 데 시간과 비용을 따로 투입하는 대신, 이 경쟁력을 확보한 스타트업의 인수가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채용 헤드헌터 비용을 한 번 살펴보죠. 한 명을 영입하는 데 천 만원이 든다고 한다면, 열 명의 사람으로 구성된 팀을 하나 꾸리는 데 1억원이 든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1억원이 있으면 앱 개발팀 하나 뚝딱 만들 수 있을까요? 현실은 그 몇배, 몇십배를 들여도 팀 하나를 제대로 꾸리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인재를 뽑는데 시간이 걸리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서로가 모여 팀워크를 제대로 발휘하는 데 서로 합을 맞추기까지 최소 1년의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죠.”
“우리는 인재를 영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절대 아깝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족한 건 ‘시간’ 뿐이었죠. 시간은 가장 희소한 자원이므로, 돈으로 살 수 있다면 그게 얼마라도 사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안은 검증된 팀과 리더십을 갖춘 스타트업의 인수였습니다. 저는 그 팀의 경험치를 사는 거라고 접근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자가 가진 역량은 값어치가 매우 높습니다. 투자 유치, 경영, HR 등 회사 경영에 필요한 다방면의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죠. 오랫동안 지켜 본 현근님과 혜빈님과 같은 창업자 두분을 필두로 한, 스무디가 원팀으로 해왔던 경험과 노하우를 사는 일은 한 명의 매우 뛰어난 인재를 뽑는 일보다 좀 더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무디 팀은 자비스앤빌런즈가 필요로 하는 최상의 드림팀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미 원팀으로서 MZ세대가 원하는 방식의 앱 하나를 뚝딱 만들어본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함께 하지 않았을 때보다 기회가 왔을 때 함께하는 쪽에서 더 멋진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이 그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세무'라는 지루하고 딱딱한 도메인을 고객이 편리하게 느끼게 만드는 데 있어 양사 UI/UX와 더 큰 시너지를 내면서도, 삼쩜삼 앱 개발 속력을 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죠.”
듣고 보니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통화 관련 서비스를 만들어온 조 PO는 이런 커리어패스 끝에는 영상통화 전문가가 있겠거니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돌이켜보면, 앱의 사용성과 기능을 구상하는 데 더 많은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실제로도 스무디 팀은 참신하고 매력적인 UX/UI와 완성도가 높은 앱 개발력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매출을 내는 제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명확한 BM이 있는 핀테크 시장에서 매출을 내는 서비스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고, 역량을 보유한 자비스앤빌런즈와 함께라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상호보완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스무디 입장에서는 생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모든 임직원이 여기에 공감했다[8].
합류 그 이후...성공적인 화합의 결과
실제로 M&A의 10건 중 9건은 실패한다고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나 커뮤니케이션 등 기업의 문화 차이를 그만큼 쉽게 극복하기가 어렵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래서 인수 후 통합과정(PMI, Post-Merger Integration)이 M&A 계약 성사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일로 인식된다.
당시 자비스앤빌런즈 전체 인원의 무려 20%에 해당하는 규모의 인원이 일시에 대거 합류하는 큰 변화가 일어난 만큼, 많은 걱정이 오갔다.
이에 8월 한달 간은 문화적으로 융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비스앤빌런즈 피플팀의 주도로 회사 연혁과 삼쩜삼 소개, 비전, 사업계획 등을 지속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최대한 빠르고 자연스럽게 하나로 융화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양사가 각자 고수해왔던 업무 방식이나 인재상 등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뒤 9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삼쩜삼 모바일 앱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합류 초기에 업무 분장으로 잠시 혼선을 빚기는 했지만, 각자의 R/R을 재빠르게 정리해서 원래 한 팀이었던듯이 자연스럽게 융합될 수 있었다. 그 결과, ‘연말정산 미리보기’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해 삼쩜삼 앱을 3개월 만에 선보일 수 있었다.
“선배들과 함께 창업한 회사가 2002년에 유사 사업 모델을 가진 회사에 인재인수된 적이 있어요. 저를 비롯해 7~8명의 사람이 새로운 회사에 합류해 기획, 개발, 영업, 연구 등 곳곳에 흩어져 중추적인 역할을 해냄은 물론, 기존에 있던 팀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죠. 이미 이런 성공적인 PMI 경험을 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자비스앤빌런즈와도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얼마든지 화합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스무디의 인재상은 ‘착하고 성실하고 똑똑한 사람’이었어요. 자비스앤빌런즈는 이걸 내세우진 않았죠. 하지만 만나본 사람들이 모두 하나같이 착하고(협조적이다) 똑똑하면서(과업을 잘 해낸다) 성실한(일을 통해 성장한다) 사람들이었어요. 여기서 공통점을 발견했죠. 그나마 찾은 유일한 차이점이 바로 ‘거친도전’이었어요.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해오던 익숙한 일과 방식에 얽매이지 말자는 걸 장려하는 조직 문화가 인상적이었죠. 그 이유는 제 인생 자체가 거친도전의 연속이었기 때문입니다.”
“UX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처음 시작해서, 공동 창업한 회사에서는 사업기획, 영업을 해보고, 대학원에서는 개발과 인지심리를 공부했습니다. 한 회사의 대표를 맡으면서부터는 계약서 검토와 회계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많은 부분을 직접 챙겨나갔죠. 이런 다양한 경험이 있는 덕분인지, 새로운 분야를 익히는 데 자신이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 치고는 꽤 꼼꼼히 법무, 회계, 세무 쪽 업무를 챙겨왔던 터라 삼쩜삼의 택스 사업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고 실제로 연말정산 서비스 기획을 할 때 과거의 경험 덕에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PMI 성과를 판단할 객관적인 척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력직으로 입사했을 때도 조직과 업무에 적응하는 데 최소 3개월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9], 불과 4개월 만에 본래 인수 목적 중 하나였던 앱 출시를 선보였다는 점은 자비스앤빌런즈와 스무디가 PMI를 제대로 수행했다는 판단해 볼 근거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조 PO는 긱워커[10] 대상 일자리 매칭 서비스 기획을 새로이 이끌고 있다. 이달 초에 인수한 두들팩토리의 두 창업자도 이 팀에 합류한 상태다. 이미 성공적인 PMI를 해본 경험을 해본 조 PO의 주도하에 양사가 가진 노하우를 합친 신규 서비스의 탄생이 매우 기대된다.
글 | 이수경
감수 | 조현근/김범섭(인터뷰이), 황재홍
일러스트 | 장다혜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자비스앤빌런즈에게 있으며, 본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각주
현실 세계의 기반 위에 가상의 사물을 합성해 현실 세계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부가적인 정보들을 보강해 컴퓨터 그래픽 기법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애플 기기 이용자끼리만 쓸 수 있던 무료 영상통화 서비스 페이스타임(Facetime)이 처음 출시된 시점은 2010년 6월이다. 지난 2018년 신사동 매장 오픈 이후에도 한국에서의 아이폰 시장 점유율이 줄곧 20%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또 카카오톡 페이스톡은 그로부터 5년 뒤에 출시됐다는 점을 봤을 때 2010년 중반까지 영상통화에 대한 수요가 그리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1)오늘 출시하는 애플 아이폰4 미리 써보니(2010-09), 동아일보, 김현수∙김선우 기자
2)영상통화, 돈들까봐 들킬까봐 안했는데…(2012-05),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1)성인 60% "비싼 요금 사라지면 영상통화 이용"(2011-01),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2)카카오 '보이스톡' 무료통화?....자칫하면 요금폭탄(2012-06), YTN그룹영상통화 ‘스무디’, 18억 원 규모 추가 투자 유치(2020-07), 플래텀, 김민정 기자
TIPS는 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한 창업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POST TIPS는 TIPS 프로그램을 완료한 회사 대상의 프로그램이다. 스무디는 사람의 표정에 반응하는 영상통화 효과를 가지고 TIPS 사업을 마친 바 있다.
클럽하우스, 차세대 SNS 아닌 '반짝'이었다…"Z세대 놓친 탓”(2021-04), 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정부가 지정하는 산업체 등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면 병역을 마쳤다고 인정해주는 제도로, 1973년도부터 도입되었다.
스무디 서비스는 ‘영상'플랫폼 기술에 특화된 회사에 매각을 진행했다. 구루미, 스무디 서비스 인수…"메타버스 진출에 박차"(2021-14),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새 직장·부서에 가면 3개월은 헤매는 게 정상(2016-01), 중앙일보, 이영희∙임선영 기자
IT 기술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단시간의 일을 하는 사람